1980년대의 한국은 나라전체가 들썩일 만큼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무시무시한 군사 정권이 버티고 있었고, 사회 전반에 걸쳐 군의 영향력이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시대 였었죠. 그 중심엔 ‘한국군’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군대와는 분위기부터 확연히 달랐던 그 시절. 병사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단순히 '군복무'로만 볼 수 없는, 당시 군대의 구조와 문화,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졌던 인권의 문제들까지, 낱낱이 들여다보겠습니다.
1. 정권과 함께 정권에 의해서 움직였던 군대
1980년대 한국군은 단순히 외부 위협에 대비하는 군대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정권의 핵심이었죠. 1979년 12·12 쿠데타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군이 직접 정치에 개입했던 대표적인 사건이고, 그 결과로 전정권 못지않는 무소불위의 전두환 정권이 등장합니다. 이 시기, 군은 행정부보다 더 큰 권력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전방 부대는 물론이고, 후방의 일반 사단에서도 정치 교육이 일상이었습니다. "빨갱이"에 대한 경계는 기본이었고, 장병들은 정기적으로 반공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때 병사들의 일기장이나 기록들을 보면, 대부분이 ‘충성’, ‘희생’, ‘정신력’ 같은 단어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이 강요된 것이든, 순응한 것이든 간에 말이죠.
당시 사회의 분위기 자체가 군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기였기 때문에, 군 내 위계질서가 사회로 확장되는 일도 흔했습니다. 상명하복, 권위에 절대 복종하는 문화가 그대로 사회로 흘러나왔고, 그런 분위기는 직장, 학교, 가정에서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의 군대는 단지 한 집단이 아니었습니다. 국가 권력의 ‘팔’ 역할을 했던 진짜 중심이었습니다. 군인보다 높은 지도층은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2. 병영문화는 지금과는 너무달랐었다
지금의 군대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상상도 하기 힘든 일들이 그땐 당연한 일이었읍니다. 신병이 선임에게 맞는 건 일상이었고, 정당한 이유도 없었습니다. 기수가 낮다는 이유,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밤마다 교육(구타나 괴롭힘)을 받았습니다. 얼차려는 군기가 아니라 일종의 폭력이었습니다.
훈련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더운 여름, 탈진 직전까지 산을 뛰어다니고, 겨울엔 방한복 하나 제대로 안 입힌 채 밤새 초소를 지키게 했죠. 비무장지대 근무를 했던 병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가장 두려운 건 적이 아니라 '내 동료의 방아쇠'였다고 해요. 총기 오발 사고나, 정신적으로 무너진 동료의 돌발 행동이 더 위험했다는 겁니다 각종 병영사고가 끊이지 않았고요.
심지어 신체적인 고통보다 더 큰 건 정신적인 압박이었습니다. 내무반 안엔 항상 ‘왕’이 있었고, 그 사람의 기분에 따라 하루의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어떤 날은 웃으면서 지나가고, 어떤 날은 몇 명이 실려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군대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공간’에 가까웠습니다.
3. 인권이라는 말조차 생소한 그 시절
1980년대 군대에서 ‘인권’이라는 단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그런 말을 꺼내는 것조차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었습니다. 병사들은 기본적인 권리나 보호 같은 건 기대하지 않았고, 그냥 "몸 건강히 있다가 나가자"는 마음 하나로 버텼습니다.
구타나 가혹행위로 인해 목숨을 잃은 병사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사고로 처리됐습니다. 기록에도 남지 않고, 유가족에게는 ‘개인의 문제’라고 통보됐죠. 탈영을 하거나 자해를 시도하는 병사도 많았지만, 그런 병사들은 오히려 ‘정신력 부족’이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당시엔 상담제도도, 고충 처리 시스템도 유명무실했습니다. 병사의 고통에 대해 들어줄 귀가 없었던 거죠. 그나마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군 내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고, 일부 정책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상담 장교 제도, 병영생활관 개선 같은 변화들이 바로 이 시기 이후에 하나둘 도입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매우 느렸고, 여전히 군대는 ‘말보단 명령이 앞서는 곳’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진짜 변화는 2000년대를 넘어가면서야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4.잊지말아야 할 군대
1980년대의 군대는 단지 ‘힘든 군생활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권력이었고, 그 안에서 많은 개인들이 고통 받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훈련은 체계적이면서 합리화됐고, 인권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죠. 하지만 그런 변화가 가능했던 건, 그 어두운 시절을 겪었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잊는 순간,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1980년대 군대의 진실은 기억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의 군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고, 앞으로 더 나은 병영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80년대 어둡고 힘든 군생활을 거치신 분들에게 참으로 고생많으셨다고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