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소개
군 생활이 다 그렇지 뭐 똑같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건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다 압니다. 특히 1980년대 강원도 GOP에 있었던 병사들에게 군대는 ‘복무’가 아니라 ‘생존’에 가까웠습니다. 산 하나만 넘어가면 북한이고, 새벽마다 울려대는 경보 사이렌에, 눈이 쌓인 초소까지 총 들고 걸어야 했던 그 시절. 글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80년대 강원도 GOP의 진짜 이야기를 정리해봅니다.
1. ‘24시간 긴장 상태’ 였던 GOP 의 경계근무
GOP라는 단어가 익숙한 사람도 있겠지만, 정확히 어떤 곳인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일반전초’죠. 휴전선 바로 밑에 있는 경계근무 부대, 군사분계(38)선과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1980년대엔 이곳이 군에서도 ‘가장 빡쎄고 험한곳’으로 통했습니다. 지원이 아닌, 운으로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죠.
GOP에 배치되면 일단 생활 자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반 내무반이 있는 생활관이 아닌, 철책 바로 옆에 있는 소초에서 지냅니다. 몇 명 안 되는 병사들이 좁은 공간에서 함께 자고 먹고 오로지 경계근무만 서야한느 곳입니다근무를 . 근무는 보통 2시간씩 교대지만, 새벽 2시에 초소를 나가려면 눈 쌓인 산길을 헤쳐 가야 합니다. 헤드랜턴 하나에 의지해 가는 그 길이, 실은 그때 병사들에겐 가장 두렵고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장비도 지금처럼 잘 갖춰진 게 아니었어요. 방한장비도 부족했고, 개인화기도 무겁고 불편했습니다. 근무 중엔 무전기 하나 들고, 초소에서 눈만 깜빡이며 적의 움직임을 살펴야 했습니다. 그 고요한 산속에서 들리는 부스럭거림 하나에도 가슴이 철렁했죠. 온갖 잡소리 헛소리 환청 엄청난 공포를 이겨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진짜 상황이 오면, 보고만 하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대응은 간부 몫이었으니까요
2. 겨울은 그냥 ‘생존의 계절’
강원도 산골짜기의 겨울은 일반 사람들은 상상할수도 없을만큼 혹독했습니다 . 영하 20도는 기본이고, 눈은 허벅지까지 쌓였습니다. 그 눈을 뚫고 철책까지 가야 하고, 얼어붙은 철조망 근처에서 근무를 서야 했죠. 처음엔 옷을 껴입지만, 땀이 식고 나면 더 추워졌습니다. 특히 발끝, 손끝이 아려오다 못해 감각이 없어지는 순간, 병사들은 진짜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군인이 아니라면 도저히 참을수 없는 고행이었습니다,
장갑도 제대로 된 게 아니라 얇은 면장갑이 전부였고, 안에 목장갑을 끼고 방한용 군장갑을 겹쳐 껴야 겨우 견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전기를 조작하거나 총을 쥐고 있을 땐 장갑을 벗을 수밖에 없었고, 그 잠깐 사이 손이 얼어붙었습니다. 얼굴은 찬바람에 갈라졌고, 군화는 축축했습니다. 그런 채로 하루에 두 번, 세 번씩 근무를 섰죠.
문제는 이런 혹한에도 훈련은 계속됐다는 겁니다. 새벽에 눈 치우고, 낮엔 유격장 오르내리고, 밤엔 또 근무. 병사들끼리는 “여긴 군대가 아니라 유배지”라는 말이 돌았고, 실제로 탈영을 시도하다 붙잡힌 병사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디 말할 데도, 하소연할 곳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무조건 견뎌야 했습니다,
3. 가슴깊이 남은 조용한 사건들
그 시절 GOP에선 큰 사건도 많았지만, 조용히 묻힌 일들이 더 많았습니다. 밤 근무 중 실탄 분실, 총기 오발, 심지어 초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까지. 이런 일은 대부분 ‘내부 문제’로 정리됐고, 외부엔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내무반에서 고참에게 구타 당하다가 사고로 이어진 일도 있었지만, 기록에 남지 않았죠. 그냥 사고로 처리됐죠
어떤 병사는 근무 중 실수로 경보를 울려서, 내무반 전체가 얼차려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게 반복되면 병사 한 명이 ‘왕따’가 되거나, 정신적으로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기도 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분명 ‘가혹행위’였지만, 당시에는 “군대니까 참아야지”라는 말 하나로 모든 게 덮였습니다.
무서운 건,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누군가는 묵묵히 근무를 섰다는 겁니다. 아침에 초소에 나가면서 “오늘도 무사히”를 속으로 되뇌이면서, 별일 없었다는 안도감에 눈물 삼키며 내무반으로 돌아오던 병사들. 그들 대부분은 지금 어디선가 평범한 아저씨로 살아가고 있겠죠. 하지만 그 겨울밤, 차가운 철조망을 붙잡고 있던 기억은 아마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4.결론: 우리는 몰랐던 GOP의 이름 없는 이야기들
1980년대 강원도 GOP에서 복무했던 병사들에게 군대는 단순히 ‘나라를 지키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고립된 시간 속에서 자신과 싸워야 했던 곳이었고, 때로는 사람이 사람을 지탱해주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곳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 시절의 군대를 얘기할 때 종종 사건 중심으로만 접근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이름도 없이 근무를 서고,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수많은 병사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통해 그들의 시간 한 조각이라도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혹독했던 겨울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절대 잊어서는 안됩니다. 젊디젊은 청춘을 그혼독한 환경속에서 묵묵히 해낸 우리의 선배병사들을...